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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곡(狂詩曲) 1편

조회 수 8467 추천 수 0 2003.01.07 14:52:33
패르바키아. 이 곳은 동 제국의 북쪽에 위치해 있고 각종 상업이 성행하고

국경 근처에 있기 때문에 더욱 거대해진 도시이다. 원래부터 종사하던 농민

과 지리상의 이점으로 이 곳을 찾는 상인으로, 그리고 해안에 위치하므로

어부도 많은, 그런 종합적인 도시이다. 그리고 이 도시의 특징은 아주 독특

한 지역의 힘을 받는다. 그것은 [운석]. 이 마을의 중심부에는 하늘을 뚫

고 들어온 이 [운석]으로 생긴 마을이다. 그래서 바다보다 낮은 지형이라

이름이 패르바키아(해저)이다. 그리고 그 운석의 영향인가, 이 마을에서 탄

생하거나 성장한 아이는 뭔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매우 기초적

인 것으로 보통은 마나의 총용량이나 정신력, 기, 혹은 육체적으로의 능력

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유명한 장군, 장교, 마법

사, 법사, 성직자 등이 탄생하곤 했다. 그 영웅들은 이 마을 중심의 운석

근처에 동상이 되어 도시를 지킨다고 전해졌다.





"아빠, 아직이야?"


아침 짙은 안개 속에서 오누이와 장정이 서 있다. 그들이 끌고 온 거대한

이동식 마구간에는 건장해 보이는 말들이 10여필 타고 있었다. 이 가정의

주 수입은 사육이었다. 말과 소를 기르면서 비싼 값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

고 있었다. 이사를 왔을 때는 주위의 사람들이 경계했다. 그 시절에는 살

던 도시를 벗어날 경우는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이나 그 마을에서 죄를 저

질러 마을 심판에서 패해 쫓겨나는 경우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가정의

경우, 몸 약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골에서 요양생활을 그만둔 경우였

다. 그러나 이웃들은 그들이 다른 이유로 이사 왔다고 의심했었다. 요즘 들

어서 그 오해는 상당히 풀렸지만 처음의 고생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러

나 그의 아버지는 열심히 일했고 운도 좋았다. 결국 마을의 주민으로 자리

잡아감과 같이 그의 사업은 성공했다. 이제는 [그라시야]상회 하면 이 패르

바키아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잠시만 더 기다려 봐라. 이 말들을 팔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아이의 얼굴은 밝아졌다. 옆에 서 있던 누이도 활짝 웃어 보였다. 이윽고

안개 속으로 달려오는 마차가 보였다. [그라시야]상회의 직원이 끌고 오는

마차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그래. 선박에 싣고 갈 말은 총 12필인가?"

"네, 말을 옮겨 싣도록 할까요?"

직원은 자신이 끌고 온 마차의 뒷문을 열고 사내와 두 오누이를 태웠다. 그

리고 뒤에 있는 마차의 짐칸을 열고 말들을 옮겨 싣고는 채찍을 들었다. 1

년에 한번, 세금을 내도록 되어있는데 돈으로 걷는 것도 되지만 생산품으

로 대신하는 것도 가능했다. 특히 영주는 그의 말들을 좋아했다. 자신의 직

속 부하인 장교나 기사들은 그의 말을 높게 여겼다.

"항구는 아직 멀었나요?"

"이제 곧 이란다. 전에 먹던 그 맛있는 닭구이 요리점은 바로 그 근처야."

누이가 묻자 아버지는 활짝 웃어 보이며 대답을 했다. 사실 그 자신도 짙

은 안개 속이라 앞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들을 싫증나게 할 수는 없

었다. 달래는 방법에는 먹는 것 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새벽안개가 물러나

니 눈앞에 항구가 비춰졌다. 영주 전용의 큰 선박이 눈에 들어오고 그 선

박 위에서는 영주가 있었다. 그는 마차에서 내려 손수 말들을 끄러 내려 영

주의 배에 싣고 영주를 뵈러 선박으로 올라갔다.

"너희들은 먼저 음식점에 가거라. 나도 곧 따라가마. 로빈!"

"네, 알겠습니다. 자 먼저 가서 기다리죠. 여러분."

같이 온 직원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해변을 따

라 조금 달리더니 골목으로 들어왔다. 음식점이 나열되어있어 향을 풍기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 식사도 못하고 나선 아이들은 마차 안에서부

터 난리였다. 마차 문이 열리고 아이들은 로빈이라는 직원이 말리지도 못

할 속도로 요리점에 뛰어 들었다.

"어서 오세...아! 너희들이구나. 아빠는?"

주방에서 닭을 다듬던 아줌마가 고개를 내밀었다. 단골이라면 단골이라 눈

에 익은 손님은 잘 대해주신다는 점에서 이 음식점은 그의 아버지의 마음

에 들었던 것이었다.

"아빠, 영주님이랑 이야기하고 오신데요."

"어머...벌써 연말이구나... 날짜도 빨리 흘러가지... 그래서 주문은? 어,

로빈양! 반가워요."

뒤늦게 들어온 로빈은 아이들의 달리는 속도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아주머니는 로빈을 돌아보고는 웃어 보이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요리

가 다 되어갈 때쯤 해서 그의 아버지가 들어왔다. 약간은 지친 눈빛, 그리

고 축 처진 어깨였다. 역시 신분의 차이는 부담을 주는 요소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앞에서 지친 모습을 할 순 없었다. 활짝 웃고 아이들의 옆에 앉

아 나오는 요리를 즐겼다.


린에게는 친구가 적었다. 이 곳에 사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경제적인 노

동에 종사했다. 농부의 아이라면 농사를, 상인의 아이라면 장사를, 어부의

아이는 그물 쓰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 마을의 학구파 부모는 아이들

을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이 마을에서 태어난 [운석]의 아

이. 어릴 때부터 그 증표를 가지고 태어난 터라 마법을, 검술을, 무술 등

의 능력을 부여코자 [능력자들의 학교]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 중의 대

부분은 영주가 뽑아 가고 극히 일부의 능력자는 국가에서 뽑아 가는 일도

있다. 그러나 린은 이 마을의 사람이 아니였다. 어릴 적 사정은 기억 나지

않지만 그가 의식이 있을 때 쯤 해서는 다른 마을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아

버지에게 질문을 해도 그는 웃어 보일 뿐 [아주 먼 곳에서 왔지] 라는 엉성

한 대답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찌 되었건 그는 자신의 태생을 몰랐다. 그

에게 몇 안 되는 친구는 전부 누이와 같이 목축용 풀을 가져올 때 그 곳에

서 만나는 농장의 아이나 형들, 즉 직장 동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오

늘밤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연말의 행사, [페리니아]는 연중 내내 준비

한 축제였다. 영주가 이 마을에 세금을 걷으러 오는 김에 마을에서 하루 머

물며 생긴 축제였다. 시장은 그의 따분함을 물리고자 개최한 것이 기원이

되어 영주도 대대로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날 밤은 [운석]의

아이들의 준비된 공연의 자리이기도 했다. 즉 영주는 이 행사 중에 능력자

를 뽑아 가는 것이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시계탑을 시작으로 그 광장에는

소용돌이 무늬로 행사하는 가게들이 들어선다. 준비된 요리와 무용수들의

안무, 연극, 마술과 마법 등이 공연된다.

"여, 린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던 한 꼬마가 린을 보고 뛰쳐나와 있는 팔짱을 끼며

힘껏 폼을 잡고 말을 걸었다. 린이 올려다 보자 아버지는 웃으며 (다녀오

렴) 이라는 미소를 보냈다. 누이도 그의 뒤를 따라가며 아버지를 한번 돌

아 보았다. 아버지는 마침 옆에 오는 사람과 몇 마디를 주고 받자 근처의

포장마차로 발을 옮겼다.

"민, 적당히 놀다가 크로와 상점으로 오너라."

민의 아버지는 그에게 한마디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아이들은 상점들을 헤

집고 소용돌이를 따라 밖으로  밖으로 발을 옮겼다. 마을의 동쪾에 있는 분

수대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있었다. 분수대는 마을의 만남의

광장이고 그들의 모임장소, 그리고 1년에 한번 운석의 마법사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알려져 있다. 조금 흩어져 있던 아이들은 린과 민을 보자 전부 모

여들었다. 이 축제로 1년만에 그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들 조금씩

은 떨어져 있지만 전부 [그라이샤]상회에 관련된 직장 동료라고 할 수있

다. 곡식이 자라던 벌판의 줄기를 모아서 아버지의 마구간에 가져갈 때 린

은 이들은 각각 만나서 다른 이들의 하루를 알려 주었다. 매일 전해주는 이

야기만으로 알아 왔던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축제의 분위기에 한술 더 떠

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몰아갔다. 한쪽에서 술렁이는 움직임이 있었다.

[드칸].

그들의 술렁임의 원인이고 이 마을의 최고의 마법사라고 불리고 그러면서

아무하고도 연루되지 않고 산에서 약초를 재배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 시내로 나와 약초를 팔아 때때로 길에서 발견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약장수로서 올 뿐더러 [운석]의 최고 경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즉 [약장수의 손님끌기라고 봐도 좋다]라는 것이다. 그

러나 작년에 나오지 않아 그가 마을을 떠났다는 괴상한 소문도 나있었던 터

라 금년에는 까마득하게 잊은 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알 사람은

드칸이 지병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저기를 봐!"

한 아이의 외침에 전원의 시선은 마을의 동쪽 입구를 바라보았다. 문을 겨

우 통과한 거대한 수레가 분수대를 향해 오고있었다. 분명 재작년에 봤던

드칸에 약초수레였다. 민이 아이들을 분수대에서 물러나게 하고 드칸의 수

레를 향해 뛰어갔다. 몇 마디 주고 받자 민이 달려와서 분수대 주위를 치웠

다. 드칸이 수레의 뒤의 레버를 내리자 수레가 작은 천막 상점으로 변했

다. 그리고 그는 안으로 들어가 약초들을 꺼내 와 진열했다. 왁자지껄한 소

리에 어른도 아이도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윽고

시작되는 불꽃과 물기둥의 축제에 아이들은 심취하고 어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손끝에서 솟아 오르는 불꽃과 위

의 모자에서 솟는 물기둥, 그 물기둥이 갑자기 얼어서 얼음기둥으로 바뀌

는 순간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시간이 조금 흘러, 갑자기 드칸이 모여있

는 아이들 중에서 몇을 지명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손바닥에 전혀 뜨겁

지 않은 신비한 불꽃을 얹어 주었다. 아이들은 즐거워 하며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자 드칸은 계속 다음을 지명했다.

"자네! 그리고 거기 자네!!"

"네? 저희요?"

린과 민은 일어섰다. 마을의 거물급 마법사의 쇼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약

장수는 린을 보자 묻기를

"너는 [운석]의 아이니?"

"네? 저는 아닐 텐데요..."

"아 그러니? 미안하다. 자! 이제부터 시작하는 마법은..."

그는 갑자기 멈추었다. 소재가 떨어진 듯 했으나 뒤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분수대가 물을 뿜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고 민을 보더니 한번 웃었다. 그리

고 다시 분수대를 보고 분수대의 물에 손을 담갔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하

며 눈을 감았다. 드칸이 눈을 뜨는 순간, 분수대의 솟아 오르는 물이 얼음

기둥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박수를 치자 아직 아니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

다. 그리고 민과 린을 들고 가볍게 분수대의 위로 던졌다. 풍성과 같이 날

아간 아이들은 꼭대기에 앉게 되었고 약장수는 그들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한마디를 하고 얼음기둥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그 얼음 기둥의 꼭대기에

서 불꽃의 분수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민과 린은 전혀 뜨겁지 않았다. 그리

고 더 신기한 것을 느꼈다. 그 불꽃들은 자신들의 몸을 통과하고 등뒤에서

도, 머리 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아이들은 전

부 신기해서 분수대에 몰렸다. 민과 린은 땅에 내려졌다. 그러자 앞에 아버

지가 서 있었다.

"아빠!! 봤죠? 저 저기 분수대 꼭대기에 있었어요!!"

"그래그래. 재미있었지?"

옆에 누이가 있었다. 몹시도 부러운지 그녀의 눈빛은 [치사하다]라 말하고

있었다. 어느새 민도 아버지 곁에 달려갔다. 뒤를 돌아보자 드칸이 린을 보

며 웃고 있었다. 린이 웃어 보이자 이번에는 누이를 보았다. 아버지의 뒤

에 숨어 있었지만 약장수의 웃음은 그녀의 두려움을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오는 누이의 손바닥에 얼음으로 꽃을 피워 주었다. 누이

는 좋아하며 린을 끌고 자리를 옮겼다.

"......결국 확인했습니까?"

아버지는 무겁게 말을 했다. 아까까지 얼굴을 감싸던 술기운도 없어졌다.

"재능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돌아섰다. 천막에 모인 사람들은 약초를 사기위해 줄을 서 있었다.

드칸의 한 제자라는 여자아이가 약초를 팔고 있지만 역시 인원수에 밀려 정

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드칸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했다.

"......저의 사정은 아시겠지요. 아직 모자랍니다. 이 아이같은..."

그리고 말끝을 흐렸다. 그녀를 도와 묵묵히 약초를 팔기 시작했다.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을 위해 얼음꽃을 피워 주고, 이윽고 가져온 약초는 다 팔았

다. 천막을 접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린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 서있었다. 감

고 있던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드칸, 그는 입을 열

었다.

"나 [그라이샤-리무르스], [로렌-크로이치-드칸]님을 명에 부탁이 있사옵니

다.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십시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손을 꽉 쥐고 말을 이었다.

"......멀리 존재하기에는 너무 사랑하는 아들입니다..."

드칸은 묵묵히 말을 듣고 뒤를 돌아 천막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천막에 짐

을 꾸리고 뒤의 레버를 올렸다. 천막은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다시 수레로 변

하였다. 다시 말들에게 묶고 운전석에 탔다. 흘깃 뒤를 돌아보며 그는 말했

다.

"나도 그 심정 모르는 것은 아니네. 6개월만큼은 기다려 주겠네."

마차는 서서히 마을을 빠져나갔다.

아이는 녹아 가는 얼음꽃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버

지의 모습에 침묵을 찾고 그의 곁에 천천히 걸어가 바지를 쥐며 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떨어지는 물을 한 방울 맞고 입을 열었다.

"아빠? 어디 아파?"

그는 눈가를 소매로 닦고 미소를 보이며 아들을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세월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 무엇이든지 막을 수 있다는 [패르바키아

의 성벽]도 마찬가지. 지금은 봄이 끝날 무렵. 하늘에서는 따가운 햇살이

비치고 있고 그러다가 하루는 비, 그러다가 맑고, 마을의 시계탑에 올라가

면 이따금 바다건너의 [하이슬랜드]섬이 이따금 보이곤 했다. 그리고 바다

와 반대쪽을 바라보면 거대한 [오스크로마]산은 그 신비한 형태를 드러내

고 있었다. 그 산은 정말 신비할 따름이었다. 동에서 뜨는 해가 그 산의 능

선을 따라 올라가면 능선은 마치 태양의 진로를 알리듯 능선을 펼쳤다. 즉

그 산의 능선은 태양의 움직임과 일치했다. 그래서 [패르바키아]의 성벽과

[오스크로마]산 사이에는 넓은 그늘진 곳이 있었다. 봄의 꽃들은 전부 지

고 여름의 꽃들이 핀 산은 그 색이 흰색이었다. 고대언어로 [흰색]은 [오

스]였다. 그럼 겨울의 앙상한 가지들의 색인 [갈색]은 [크로마]이고.


저번 주부터 아버지의 모습이 이상했다. 가끔씩 누이와 자신을 배에 태우

고 바다로 나가기도 하고 그 때의 밝은 표정과는 다른 밤에 혼자 온갓 슬

픈 표정도 보이고... 이런 일들은 소년 린의 고민이 되었다. 그로부터 반

년. 린의 어린아이 같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응석도 덜 부리게 되고 책

도 많이 읽고 무엇보다 많이 성장했다. 이제는 그의 눈높이는 아버지의 허

리에서 그의 넓직한 등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아직도 그 날, 작년 축제

의 아버지의 그 모습을 잊질 못했다. 자신의 앞에서는 한번도, 기억 안에

서 뿐 이었지만 그런 모습은 보인 적이 없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손에 든 도끼를 내려놓았다. 장작패기는 이정도로...라

며 중얼거리며 나무를 패던 나무밑동에 앉았다. 집안에서 누이가 그의 이름

을 불렀다. 건성 대답을 하고 눕고 말았다. 머리와 다리는 허공에 머물고

동체만이 나무통의 평평한 부위에 붙어 있다. 팔다리를 피고 나니 더더욱

일어나기 싫어졌다. 눈앞에 비춰지는 것은 단지 검은 구름이고 그것들은 바

람에 흔들리며 점점 두껍게 뭉치기 시작했다.

"린~!"

무엇인가가 소리를 지르며 그의 복부에 뛰어올랐다. 충격으로 린의 사지와

머리는 하늘로 튀어 올라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밥 먹으라는 소리 안 들려~?

"누...나...무거...워..."

"밥은?"

"알았어...먹을...께...목숨만..."

"그리고 난 안 무거워. 마지막 말은 취소해!!"

소년은 말을 이을 수가 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누이는 일어서서 집으로 들

어가며 뒤를 돌아봤다. 비실비실 일어나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잠시 웃음

을 보이더니 곧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년이 창문을 보자 흰 김이 피어나

고 있었다. 그러나 그 김은 곧 빗방울에 먹혀 들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으아아~"

문을 열고 뛰어들자 식탁에는 아버지와 누이, 로빈, 그리고 빈자리가 2개

있었다.

"많이 안 젖어서 다행이군요. 자리에 앉으세요 도련님."

로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수건을 하나 머리에 얹어 주고 자신의 자리에 돌

아갔다. 식탁의 양 사이드가 비었고 린은 문의 바로 앞의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의 빈자리에도 식사는 차려져 있었다. 닭의 살이 반쯤 나온 스프, 연

한 갈색으로 잘 구워진 빵과 맑은 연두 빛의 샐러드. 그리고 냅킨, 포크,

스픈. 아버지의 몇 마디로 식사가 시작되고 모두들 식기를 들기 시작했다.

로빈은 고용될 때 혼자였다. 마을의 반대편에 동생이 한 명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동생이 교역을 가서 혼자 살고 있었다. 린의 아버지의 권유로 그들

과 함께 생활을 하기시작한지 2년. 그녀의 존재는 어머니가 없는 그 가정

에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어머니도..."

아버지의 포크가 멈추었다. 누이의 스픈이 멈추었다. 로빈의 나이프도 멈추

었다. 말을 멈추었던 린이 입을 다시 열었다.

"...맛있어 하시겠...지?"

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포크를 놀렸다. 입안에 든 샐러드가 뭉개지고 있었

다.

"그럼! 우리 레이나와...로빈의 솜씨인걸..."

"아버짓!! 입안의 음식!!"

그는 오른손으로 씹던 음식물을 가리고 웃음을 띄워 보였다. 로빈은 미소

를 이어 가며 가족의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바쁜 생활 속의 그렇게 잦지

않은 여유. 그녀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순간, 강하게 부는 바람에 창문

이 크게 떨려 이야기가 그쳤다. 그 때 식탁 위의 낮은 촛대가 흔들렸다가

이유없이 꺼지더니 창문 밖에서 한줄기 벼락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약간

놀란 로빈과 레이나는 순간 떨었다. 아버지는 찬장에서 새로운 초를 가져

와 심지가 다 타 버린 초를 버리고 그 곳에 끼웠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

데 문 쪽에서 바람이 불어 성냥의 불씨가 꺼졌다. 뒤를 돌아보니 한 남자

가 비에 흠뻑 젖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리무르스씨!! 큰일났습니다!!"

뛰어드는 남자를 따라 그는 뛰어나갔다. 이미 장정 몇 명이 그의 뒤를 쫓

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둑이 위험합니다!!"


항구에는 높다란 방파제가 쌓여 있었다. 그 방파제의 뒤에는 바닷물이 밀려

오는 것을 막을 둑이 쌓여 있었고 그 둑으로 이 패르바키아는 존재할 수 있

던 것이었다. 그리고 작년, 거대한 파도, 해일에 의해 이 둑이 붕괴된 적

이 있었지만 다행히 붕괴는 바닷물이 넘칠 정도는 아니였다. 그러나 붕괴

의 복구는 완벽하지 않았고 여름을 맞이한 것이었다.

"모두들 둑을 막아라~!"

성주의 말에 장정들이 나무토막을 지고 둑으로 달려갔다. 이미 파도의 영향

으로 둑의 여러 부분이 물이 새고 물이 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순

간, 해변의 물은 해일이 되기 위해 바다 먼 곳에서 오는 바람을 타고 뭉쳐

지고 있었다. 린과 레이나는 아버지를 따라왔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뒤

로 빠진 후였다.

"민!"

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린은 둑 아래에 있던 친구의 이름을 불렀

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 둑 밑에 머물러 있었다. 린의 시

야에는 [하이슬랜드]를 를 가리며 크게 입을 열고 달려드는 검푸른 해일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멀어서 높이의 감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던

그 괴물은 이 마을을 집어삼킬 것이다. 그런데 민은 왜 저기에!? 린은 누이

의 곁에서 뛰어나와 둑 아래로 향했다. 몇몇 장정들의 다리사이를 지나자

곧 눈앞에 높다란 둑과 거기에 꿈쩍 못하는 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

린의 입에서 말을 다 토하기 전에 그의 목구멍이 막혔다. 조금 무너진 둑

의 나무자제가 그의 다리를 누르고 있던 것이다. 린은 주위를 둘러보며 구

조를 요청했지만 장정들 한 두 사람이 달려올 뿐 많은 사람들이 둑을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린과 민의 아버지가 달려와 나무토막을 들어 올리려 했지

만 그들만의 힘으로는 몇 겹이나 깔린 나무토막을 모두 들어낼 수 없었다.

"온다~!!"

뒤로 물러난 사람들이 외쳤지만 그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안간힘을 쓰면

서 발을 빼려는 아이를 외면한 검푸른 괴물은 둑을 덮쳐 오기 시작했다.

"안돼!! 이럴 순 없어~!!"

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때, 사람들 사이로 두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한 명은 눈에 비치지도 않는 속도로 그들을 한 명 한 명 들어 날랐다. 몸

이 붕 뜨게 된 린은 갑자기 자신의 육체에 일어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

다. 눈앞에 있던 아버지와 민, 그의 아버지가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의 사이

에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 그들이 하나하나 이동해 왔다. 분명 자신은 둑

아래에 있었는데...? 그리고 그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의 상상을 초월

하고 말았다. 한 남자가 아래쪽에서부터 둑을 얼리고 있었다. 빠르게 얼어

들어가는 둑은 해일에 조금씩 조각이 나고 있었고 그 튀어 오르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작은 얼음조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중에도 뻗고

있던 두 팔 중 한 팔을 민에게 뻗었다. 그의 손에서 뻗은 붉은 화염은 그

의 다리를 묶고 있던 나무자제를 태우고 있었다. 반쯤 타 버리자 그들을 이

동시킨 그림자가 남은 나무를 부수고 민을 들어 올렸다. 그것이 끝나자 얼

음을 만들던 남자는 훌쩍 공중으로 날더니 사람들의 맨 앞으로 뛰어 올라왔

다. 둑의 얼음이 깨지면서 그들이 있던 자리는 물로 잠겨 버렸다. 민을 품

에 안고 있던 아버지가 뒤를 돌아보자 그 앞에 서있는 이들은 너무나도 유

명한 자들이었다.

"드...드칸 나으리..."

뒤를 돌아본 린은 순간 놀라움에 빠져 있었다. 저 높고 두꺼운 둑을 일순간

이나마 얼음장벽으로 만든 노인의 힘에 경탄할 뿐이었다. 그들을 둑 아래에

서 옮겨 온 그림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갈색의 망토 위로 흩날리는 검

푸른 머릿결. 그 때 드칸의 수레에서 약초를 팔던 여자아이임에 틀림없다.

그 때에는 망토와 모자까지 쓰고있어서 그녀의 머리칼을 모지 못했지만 흩

날리는 머릿결에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뿐이었다. 드칸의 활약으로

모든 시민들은 환호성과 기쁨에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딱 한 명 있

었다.

"드디어...오늘이군요..."

"약간 앞당겼습니다. 이 사태도 진정시킬 겸..."

린의 아버지는 말을 잇지 않았다. 단지 멍하게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러나 이내 눈빛이 변하고 민의 곁에 서있던 린을 불렀다. 소년의 어깨에 손

을 얹은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린. 이제 시간이 왔다. 전부터 드칸님의 제자가 됐으면...이라고 했었지?"

소년의 눈은 어리둥절한 빛을 발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곧 고

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르침을 쌓고 오너라."

그리고 드칸을 향해 소년을 데려왔다.

"자. 오늘부터 너는 내 제자가 될 것이야."

린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근처의 상황을 들은 사람들은 놀란 표정뿐 이었

다. [운석]의 아이도 아닌 그를 왜...? 그런 의문으로 사람들은 그들을 바

라보고 있었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어느새 드칸의 말을 끌고 왔었다. 드칸

이 말에 소년을 태우고 자신이 올라타면서 돌아보았다.

"걱정 마십시오. 아직 5년이나 남았습니다. 필요한 짐은 나중에 챙겨 가도

록 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린을 태우고 산으로 돌아갔다. 마을사람들은 그의 아버지에게

로 몰려와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아무 말도 안하고 반쯤 무너진 둑을 보았

다. 둑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아서 아직 마을이 잠길 정도의 물이 들여보

내지 않고 있었다. 입을 열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지만 다시 입을 닫고 말

았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그는 중얼거렸다.

"5년 후의....광시곡..."

id: Angel

2003.02.12 10:06:00
*.35.232.210

환타지를 너무 많이 읽은듯한 부드러운 전개가 눈에 들어오는군..ㅡㅡ;;

동대수석합격생

2003.05.18 02:48:35
*.162.3.140

흐음...괜찮네요...이것도 계속 이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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